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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기로 하다.and beyond/Thoughts 2022. 3. 11. 20:44
2022년 3월 11일 금요일 밤에 작성하다.
나는 지금 휴가를 와 있다.
작년에 못간 휴가를 이제서야 왔다.
그동안 내가 몸소 느낄 정도로 몸과 마음이 망가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오른쪽 어깨가 팔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아프면서 손까지 저려 치료를 받으러 다닌다.
이는, 못 쉰것도 있지만 나의 '진로'에 대한 고민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이전 글에서도 보면, 나는 UX/UI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유인 즉슨, 나는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하는 것도 좋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좋아하고, 아이디어도 많기 때문이었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슨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해당 분야에 대해 뛰어들기가 어려웠다.
인강도 결제해서 공부하고, 관련 분야에 대한 서치도 엄청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드려고 케이스스터디 아이디어도 구상하고 했지만, 왜일까. 정말 너무나 진도가 안 나갔다. 아무래도 나의 '생각'이 나를 가로막은 것 같았다.
'대체 사용자 조사는 어떻게 하는거지? 사람들한테 직접 인터뷰를 해야하는건가? 인터뷰 내용은??'
누가보면 왜 저런걸로 고민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의 성향상 누군가에게 '부탁'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나마 지금은 사회생활을 해서 조금 나아진 것 같지만 그래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부탁하는건 너무 어렵다.
그렇게 나는 고민의 연속 끝에 휴가를 왔다.
너무나 시끄러운 세상에서 벗어나 조용한 곳에 있고 싶었다.
내 마음자체가 시끄러웠기에 외부라도 조용했으면 하여 나의 특기 중 하나인 '좋은 여행지 찾기' 스킬을 발휘해 명상마을 옴뷔에 오게 됐다.
2022년 3월 9일 첫날,
아침부터 투표를 하고 11시 버스를 타고 이 곳에 왔다.
이곳에 온 나의 목적은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할지 결정하고 관련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버스 안에서 UX/UI에 대한 공부를 하고, 내가 가고싶은 회사 (토스)를 찾아 어떤 스킬을 원하는지 찾아보며 정보를 축적했다.
옴뷔에 도착했다.
너무 좋았다.
정말 이렇게 기대와 딱 맞기가 어려운데 이 곳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너무 좋았다.
식사를 하고, 월정사까지 걸어갔다 왔다. 너무 좋았다.
걸으며 생각하고, 정보를 찾으며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까지도 나의 마음속에는 두갈래의 마음이 가득했다.
2022년 3월 10일 목요일 둘째날,
생각이 많아서 그랬을까. 뭔가 잠자리를 설쳤다. 근데 피곤하진 않았다.
아침에 요가명상 클래스가 있다고 하여 6시 45분에 클래스를 찾아갔다.
스님과 나, 둘만 있었다.
요가명상이라 하여 '요가'를 하는 줄 알았는데 약간 '필라테스'같은 느낌이었다.
근데 진짜로 오랜만에 몸을 움직이고 풀었더니 진짜 너무 개운했다. 아, 내가 정말 요즘에 몸을 많이 안 움직였구나. 내가 아픈 이유가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좋은 스킬 중 하나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서슴없이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스님이 여기 온 목적이 뭐냐 물어서 나는 커리어를 변경하려고 한다 이야기했다. 회계에서 디자인으로.
뭐랄까, 뭔가 '무모하다'는 표정이 약간 비춰졌지만 얼마나 이 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는지는 내가 가장 잘 알기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개운하게 운동을 마치고 아침식사를 하고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나의 진로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MKYU에서 제공하는 '나다움' 강의를 듣는다.
위로를 얻는다..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 중에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돈이되는 것의 연결고리를 찾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미 작년에 시도했었지만 못 찾아서 이번에도 결국 그냥 패스...해버렸다. (이번에 알게 된건데 나는 실전에서 이론공부를 같이 해야하는 타입인 것 같다.)
하면서 재미를 느꼈던 일을 생각해 보라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최근에 '재미'라는 것을 느낀게 언제지?
문득, 최근에 봤던 Netflix drama, inventing Anna 의 금융 변호사가 생각났다. 그 변호사가 수임료도 안 받았는데 그렇게 열심히 일 했던것은 물론, 앞으로 들어올 인센티브 때문도 있었겠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재미' 때문이다.
영화에서도 지루한 매일 반복되는 생활패턴을 보여주는데, 그가 Anna의 일을 하면서부터 그 패턴이 깨지며 활력 넘치는 모습을 대비해서 비춰준다.
다시 돌아가서, 이런 이론적인 거 그만듣고 실제 공부를 하자란 생각을 한다.
그런데 정말이지, 진도가 안 나갔다. 게다가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리서치하는 그 과정 자체가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이 분야가 단순히 '사용자를 위한 무언가'만을 공부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디자인'이기 때문에 '시각디자인'과 같은 기본적인 디자인 강의도 들어야 했다.
뭔가 압도되는 기분었다.
이런 공부들이 '즐거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게 아니라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해당 직군에서 일하기 위해 관련 직업 공고를 한국사이트, 외국사이트에서 다 찾아봤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Ux 디자이너, UX 리서처 등등.. 직군의 이름은 달랐지만 하는 일은 비슷했다.
취업 상담해주는 유투브, 커리어관련 컨설팅 유투브도 다 찾아봤다.
그런데 내가 단지 그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그 '회사'에서 원하는 스킬을 공부해야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했다.
나는 그냥 '나'라는 존재로 존재하길 원한다.
어느 회사에 종속되는게 아니라 그 회사는 내게 있어 나의 능력을 펼칠 '수단'인거다.
그러니까,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 '회사에서 원하는 스킬'을 갖추는게 아니라 내가 스킬을 갖추고 그 스킬을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게 맞다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지금 UX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찾아보며 회사에 나를 맞추려 하고 있었다.
그러러면 왜 직업을 바꿔? 그냥 하던 일을 디벨롭해서 연봉 높여서 이직하는게 낫다.
그렇게 찾아보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나에게 가장 잘 맞을만한 일을 찾고 있는건데 내가 꼭 이 직업만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노선을 바꿔 다른 방향을 찾아본다.
차라리 지금 분야를 디벨롭시켜 재무기획쪽으로 갈까, 아니면 예전에 내가 파이썬 공부할 때 재밌게 했었으니 데이터 사이언스를 해볼까? 그럼 SQL을 공부해볼까?
SQL에 대해서도 찾아보고 데이터 사이언스, 데이터 분석가, 데이터 엔지니어에 대해서도 찾아본다. 머신러닝, 딥러닝 등..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데이터 someting이란 직업은 어떤 일을 하는지 등을 듣는다.
(아.. 결국 어느단계냐의 차이지 UX, UI, 데이터사이언스는 모두 같은 일을 하는구나를 깨닫는다.)
그러다, 내가 작년에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겠다고 JS공부를 했던 때가 생각난다.
그 때, 진짜로 열심히 공부했었다. 주말 내내 공부했고, 또 그게 재밌었다.
또 3년전인가, 회사에서 빅데이터 관련 강좌를 열어줘서 파이썬을 배웠었다. 1달에 금, 토 이틀씩 총 8번.
그 때 배웠던 기초지식으로 구글링해가면서 자동화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었다. 매월 반복하는 업무가 있는데 진짜 비효율적이여서 자동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만든 것이다. 나름 GUI도 입혀서 실행파일로 만들어 관계사에 배포도 했다. 실제로 지금도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고, 작업시간도 기존 2시간에서 5분으로 95%나 줄었다.
그 때, 나한테 이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나는 그냥 이걸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집에서도 밤새가면서 구글링해서 코딩을 하고 로직을 만들어 결국 프로그램까지 만들어냈다.
생각해보니, 이때 정말 재밌었다. 밤을 새어 가면서 할 정도면 진짜 재밌었던거 아닌가.
갑자기 머리를 탁 친다.
이거구나! 프로그래밍을 공부할 땐, 지금 UI/UX 처럼 실행하지 못하지도 않고 바로 그냥 공부에 뛰어들었었다. 게다가 재미도 있었다!
근데 내가 왜 프로그래밍 공부를 그만 둔거지?
그 당시, 단시간 내에 공부를 해서 합격해야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물론 압박감은 있겠지만 그게 전부를 포기할 정도로 무서운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리고 그렇게 조급해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그렇게 길고 긴 시간을 통해 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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